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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2021. 5. 14.

사회복지사는 매 순간 다양한 윤리적 딜레마를 현장에서 경험하게 된다. 단순한 사건에 대한 딜레마뿐 아니라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 다른 이용자들과의 관계 같은 다른 체계들과의 관계에서도 윤리적인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공공 예산이나 운용 문제, 지역 주민들 같은 집단과의 관계 등 여러 영역과의 갈등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는가

윤리적 딜레마

사회복지사는 윤리강령이 있다. 하지만 규정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를 꼭 맞추려고 하기보단 윤리강령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윤리강령이 딜레마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도 없을뿐더러 클라이언트들의 상황도 다르고 그때마다 해결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윤리적인 사회복지사가 되려면 단순히 규정을 따르는 것만이 아닌 훨씬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법, 원칙, 윤리적 강령만 따지다 보면 원칙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상대주의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나 현실의 상황만 고려하면 상황주의적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사회복지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경계해야 한다. 대표적인 윤리적 딜레마는 기부하지 않는 부자는 나쁜 사람일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부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는데, 클라이언트를 비롯해서 각기 다른 주체들은 모두 가치관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사의 가치관, 전문가로서의 가치관, 가족과 이웃의 가치관이 모두 달라서 가치들이 상충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비스의 전달 과정이나 효과 등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알아보자.

 

담당자의 판단과 기관장의 의견이  달라지는 경우이다. 현재 여아 12세인 클라이언트는 생후 1개월째에 아동복지시설 앞에 버려졌는데 직원이 발견하여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였다. 이 아이가 7살이 되던 해에 양부모에게 입양되었지만 원래 있던 자녀들과 마찰이 생겨 1년 5개월 만에 파양 되어 시설로 돌아왔다.

 

그리고 9개월 이후에 2차 입양이 되었지만 거기서도 파양 되었다. 이 아이는 두 번이나 파양 되었기 때문에 다시 입양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관이 좋아서 남는 것도 아니다. 기관에 남는 것은 입양은 싫고 갈 곳이 없어서 남는 것뿐이다. 이때 담당자는 아이가 불안해하기 때문에 입양을 반대하지만 기관장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입양을 시켜보자고 입양을 추진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이런 갈등은 현장에서 수없이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어떤 판단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미래에 미칠 영향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아이와 긴 시간 동안 상담을 깊이 있게 해 보고 아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우선순위를 파악하여 결정해야 한다.

 

두 번째 사례를 보면 가치의 충돌 내용이다. 한 정신건강 복지사는 정신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을 입원시킬 때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과 관계없이 병원의 수익을 위해 입원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신병원의 퇴원 절차는 본인, 가족, 정신과 의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입원 유지 시스템에 광범위한 문제가 많이 있을 때 사회복지사는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럴 때 담당자는 사회복지사로서 클라이언트의 삶의 질 향상과 인권 보장에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하지만 기관에서는 상사의 압박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기관의 입장을 살펴보면 재정적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도 조금 오래 입원을 시키더라도 환자에게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기관의 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의 입장에 맞춰서 기관의 부당함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외부 기관과 연대하여 기관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직장을 잃거나 평판이 나빠져서 재취업이 힘들 수도 있다.

 

다른 경우도 알아보자. 이 경우는 전문직의 의무와 자기 결정이 부딪치는 경우이다. 심각한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는 클라이언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술을 마시는 것이 대부분의 일상이다. 자녀는 초등학생 둘이 있는데, 두 자녀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다. 이 사람의 부인 또한 신체적이나 정신적 폭력을 당하고 있지만 학대나 가정폭력 신고는 거부하고 있다. 자녀들도 신고는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문제와 자녀들을 생각하면서 이혼은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럴 때 사회복지사는 아동학대를 목격하거나 알게 된다면 이를 신고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있을 때 실제로 신고를 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부인과 자녀들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아내에게 가정폭력에 대한 법적 대처를 하는 방법, 절차를 알려주고 직접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를 받도록 설득하거나 병원과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가족들이 이런 해결방안에 소극적이라서 해결을 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사회복지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다른 사례를 보면 건강보험가입자에서 제외된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질병은 경중 중이지만 예후가 좋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다. 다른 사람은 만성질환자라 예후가 좋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도 동반하고 있다. 후원금을 지급하려 한다면 둘 중 누구에게 후원금을 지급해야 할 것인가? 이런 경우는 후원금을 둘 중 하나에게 해야 할지 두 환자에게 동일하게 나눠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여러 명의 클라이언트와 일하면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 김 씨는 일을 하고 싶은데 시어머니가 치매 증상이 있어서 저렴한 요양원으로 입소를 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남편은 장남이기 때문에 본인이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은 불효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형제들이 본인을 비난할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이들은 사회복지사 입장에서 모두 클라이언트들이다. 한 사람의 욕구를 충족하면 다른 사람이 마음에 안들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대안이 있을까? 다른 딜레마도 있다. 4형제 중 셋째인 남자아이가 있는데, 지난 2년간 다운증후군 때문에 장애인 특수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 전적이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진단한 결과 가족과 같이 살면서 일상생활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렇지만 부모와 형제들은 전문가팀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부모의 경제 형편이 어려운 편이고 아이들이 같이 있는 집이 방 두 칸의 작은 집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인 남자아이도 가족과 같이 살고 싶어 하지만 집으로 들어오면 가족들 모두가 힘들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결정을 어려워한다.

 

이런 경우 사회복지 실천을 통한 개입이 상반된 결과를 미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장애인 아이의 결정권을 존중하면 가족들이 힘들고, 가족들을 존중하면 아이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또 다른 경우는 사회복지사의 원칙을 준수하는 경우와 클라이언트의 삶의 질이 충돌하는 경우다. 클라이언트는 손자와 둘이 살고 있는데 아들과 연락이 두절된 지 10년이 지나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를 수급권자가 되게 하기 위해 아들을 주민등록에서 말소하고 수급권자가 되는 것을 도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돌아왔고 사회복지사는 돌아온 아들을 위해 수급권자에서 탈락시켜야 하는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딜레마에 빠졌다. 이런 경우 사회복지사는 부당한 수급을 받지 않도록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의무도 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는 이 내용을 신고해야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간곡하게 부탁한다면 신고 여부를 쉽게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들이 있어 사회복지사는 윤리적, 법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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